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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전 활동기록/다큐 < 마마상> 제작일지

[촬영일지4] 아줌마, 장사 잘 되세요?!


송탄의 미군 전용 클럽



아줌마, 장사 잘 되세요?!

'장갑차 사건 2주기'로 미군들이 비상에 걸려 외출금지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우리는 반사적으로 제니(가명) 아줌마의 벌이가 걱정되었다. 그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화들짝 놀랐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니 아줌마는 기지촌의 클럽에서 중간포주인 마마상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 아줌마의 벌이와 줄어드는 손님, 미군 남성의 숫자를 걱정한다는 것은 곧 기지촌 클럽의 경기를 걱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성매매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 그런 우리들이 기지촌 클럽의 경기와 벌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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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상', 어떻게 유래된 용어인지 모르겠다. 이 마마상들은 명목상 기지촌 클럽의 웨이트리스이다. 겉으로 보기엔, 음식점의 종업원들과 유사하게, 서빙, 음료 주문, 업소의 간단한 청소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지촌 클럽의 웨이트리스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중간 포주이다.

마마상은 35~70만원 정도의 기본월급을 받는다. 이 기본급에 미군들이 주는 팁, '주스(온더락 잔에 주스와 위스키, 보드카 등을 섞은 음료 한잔)' 값과 소위 '2차(성매매)'값의 일부분을 할당받는다. ‘주스값’과 '2차값'은 포주, 마마상, 성매매 여성들에게 각각 5:3:2 정도의 비율로 돌아간다. 그래서 마마상은 '먹고 살기 위해서' 적은 월급을 보충하고자 이주 여성들에게 주스와 '2차'를 강요하게 된다. 물론 마마상의 성향과 성격에 따라서, 강요의 정도는 달라진다. 하지만 마마상들의 위치는 언제나 불안하다. 왜냐하면 한 클럽에는 보통 2~5명 정도의 마마상이 있는데, 경기가 안 좋거나 단골 미군이 적으면 마마상이 먼저 해고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마상은 클럽업주에게 고용되어있는 상태이고 피고용자로서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매상을 많이 올려야 한다. 그것은 결국 이주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가혹한 행위로 이어진다.

경제적 이익과 안정적 일자리를 위한 마마상의 가혹행위는 다양하며, 교묘하다.  
마마상은 성매매 여성들이 기지촌에 처음 도착하면 남성들을 위한 일종의 성적 에티켓을 가르친다. 미군남성이 들어오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춤을 추거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며 손님을 즐겁게' 해줄 것을 강요한다. 이렇게 성적 서비스와 '2차'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외출을 제한하고 지각 벌금을 매기는가 하면, 이주 여성들의 여권을 빼앗아 관리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주 여성들이 도망칠 것을 대비하여, 함께 생활을 하고, 출퇴근을 하면서 여성들을 통제한다. 그리고 이주 여성들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이 적은 클럽 주인이나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도와 준(?)' 매니저에 비해서, 이주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적인 가해자로 느끼는 사람들은 바로 마마상이다.

일상에서는 착하기만 한 제니 아줌마도, 대부분의 마마상처럼 클럽에서 이주 여성들에게 주스 판매를 강요한다(우리를 대하는 제니 아줌마와 마마상으로서의 제니 아줌마, 그 전혀 다른 모습에 우리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주 여성들이 주스를 많이 팔아야 아줌마의 '담뱃값'이라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주 여성들의 문화적 성향이 한국 여성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제니 아줌마에 따르면, 필리핀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생각해서" 혹은 "뒷거래(마마상을 통하지 않고 성매매를 하는 것)를 하기 위해서" 주스를 많이 안 먹는다는 것이다. '뒷거래'는 마마상을 통한 '화대'보다 적은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마마상이나 클럽주인이 얻어가는 이익을 제하고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성매수자 미군 남성과 성매매 이주 여성들에게 서로 이익이 된다. 그래서 마마상과 클럽 주인은 이주 여성이 '뒷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게 된다.

제니 아줌마는 필리핀 여성들이 주스의 얼음이 다 녹아 주스가 물이 될 때까지, 주스를 시키지도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럴 때마다 제니 아줌마는 미군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빌리삼봉'(타갈로어로 '빨리 마셔'라는 뜻)이라고 말하며, 필리핀 여성들을 툭툭 치며 눈치를 준다고 한다. 반면 "원래 술을 잘 마시는" 러시아 여성들은 미군 남성 손님들 보기에 무안할 정도로 빨리 마셔 골치며, 고분고분하지 않고 너무 드세다고 불평한다. 이렇게 불만을 털어놓는 제니 아줌마는 성매매 여성들이 멀뚱하게 앉아만 있으면 누가 주스를 사주겠냐며 우리의 동의를 구하곤 했다. 이렇게 동의를 제안을 받을 때마다, 우리는 그저 어색하게 웃거나 아줌마의 눈치를 살피며 반박을 한다.  

마마상인 제니 아줌마가 우리에게 동의를 구할 때면, 답이 궁색해진다. 그건 기지촌 성매매 피해여성으로서, 생존자로서 아줌마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제니 아줌마처럼, 마마상들은 '대부분' 기지촌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으로서 살아온 언니들이다. 그런 언니들이 이제는 이주 여성들을 착취하는 중간 포주라는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언니들은 왜 마마상이 되었을까. 하지만 곧 "왜"라는 질문을 언니들에게 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질문이 바뀌어야 했다. 왜 마마상이라는 성매매 메커니즘이 만들어졌을까라고. 지금까지 우리가 심정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 명확한 것은 언니들이 기지촌 성매매 메커니즘의 연쇄고리에서 벗어나기란 너무나 힘겹다는 점이다. 언니들은 기지촌에 들어와 이곳을 거의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왔다. 언니들은 성매매('2차')를 그만두고, 기지촌 지역을 떠났다가도, 사회적 낙인과 냉대, 빈곤 및 소통의 어려움,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다시금 기지촌에 되돌아오곤 한다. 더군다나 기지촌에서 고립된 삶을 살아온 언니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언니들은 점차적으로 소위 '2차'를 못하게 되면서, 생계를 위해서 기지촌 클럽의 다른 일자리로서 자연스럽게 마마상, 말하자면 웨이트리스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된' 것일 뿐, '선택'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언니들은 성매매(2차)는 그만두었지만, 여전히 기지촌 성매매 메커니즘 속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오랜 동안, 저 멀리서 여성의 몸을 교묘하게 착취하고 이용하는 거대한 힘 앞에서, 자신을 지탱해온 언니들, 그렇게 스스로 견뎌온 언니들의 삶. 우리는 이런 언니들의 삶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언니들이 자신의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서 이주 성매매 여성들을 이용하고 있다. 이 모순과 갈등은 예전에는 언니들을 강탈했고, 이제는 이주 여성들의 몸을 강탈하는 그 거대한 힘에서 비롯되는 것일 게다. 따라서 언니들의 삶에 대한 존중과 현재 이주 여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기지촌 성매매 메커니즘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질러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마마상인 언니들에게, 제니 아줌마와 직접 만날 때 면 아직은.  

"아줌마, 오늘은 장사 괜찮았어요?"
"잘되기는 무슨, 담뱃값도 못 벌었다."
"그렇게 장사가 안 돼서 어떻게 해요?! "

아직은 제니 아줌마와 이런 인사를 나눈다.